작가에겐 아픈 기억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는 책



[시/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 헤르메스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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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난 순탄하지 않았던 내 과거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난 사람을 만나도 현재의 관심사만 이야기 할 뿐 과거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힘들었던 과거가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졌다. 글감을 풍부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역경에 마음 아파하던 과거가 전에는 그저 숨기고 싶은 것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걸 드러냄으로써 내 자신도 치유하고 타인들도 치유한다. 만약 내가 실패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면, 가슴 아픈 기억이 별로 없었다면 결코 마음속에 와 닿는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 상처로 가득한 내 과거가 좋고 그런 삶을 살게 해준 조물주에게 감사한다.

 

이 책은 작가에게 있어서 과거의 좋지 않았던 경험도 현재의 소중한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들조차도 글 쓰는 이에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가난을 겪었기에 인생의 고단을 알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성장과정에 회의를 품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면서 ‘만약 가난을 몰랐다면 인생의 고단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 고백한다. 이에 대해 난 공감하는 바가 크다. 나도 글을 쓰면서 과거의 경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픔을 겪을 땐 그런 인생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런 기억들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나의 글쓰기에 훌륭한 소재가 되어 돌아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만약 나의 인생에 그런 굴곡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저자들의 말에 공감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 이런 인생의 고단함을 느끼게 해 준 인생의 설계자에게 감사한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저자가 죽은 어머니를 회고’한 부분이다. 여기서 저자는 한 스님이 저자에게‘죽은 자를 사랑하지 마라, 죽은 자 맘 아파 이승 문턱 못 넘을라.’ 라고 충고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저자는 이 충고를 옳게 여기는데 나 또한 옳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와 비슷한 일로 가슴 아파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난 할머니를 잃었다. 날 어떤 손자보다도 귀하게 여기시며 아껴주셨기에 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반년 가량을 눈물로 밤을 보냈다.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손을 잡아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이 되어 난 할머니를 떠올리며 울고 또 울었다. 이런 내가 할머닌 안쓰러웠는지 꿈에 나타나 나를 달래주셨고 위로해주셨다. 그땐 할머니를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뭔지 몰랐기에 그렇게 계속해서 그리워하며 반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만약 그때 내게도 이런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리워는 해도 그렇게 내 생활이 망가지도록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당시의 행동에 후회는 없다. 그저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병문안을 가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철이 든 후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여기서 저자는 철이 든 후에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든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뭐든지 다 퍼주었다. 그리고 난 그렇게 주고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철이 든 후에는 그게 참 힘들었다. 내가 주면 친구도 내게 뭔가를 주길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나만 주고 상대방이 주지 않으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결혼식 사회를 봐주고 양복 한 벌 못 얻어 입은 것이다. 친구는 내가 사회를 봐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10만원 도서상품권을 보내줬는데 이건 내가 부조한 것과 같은 금액이라 솔직히 고마운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친구 사이에 이런 건 쿨하게 잊자 라고 생각은 하지만 잘 잊혀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정말이지 힘든 것 같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비록 아픔을 주었던 기억이라도 거기서 뭔가를 얻는다면 그건 결코 나쁜 기억이 아니다. 아픈 기억도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를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다.

작가는 상처받지 않는다. 모두가 글감이다.”

by 최고조조 | 2009/11/07 17:04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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