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의 참신함의 돋보이는 책

안녕, 인공존재! (양장) 안녕, 인공존재! (양장)
배명훈 | 북하우스 | 201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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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 작가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젊은 작가답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문학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주로 과학과 우주를 이야기 중간 중간에 끼워 넣었는데 이로 인해 신선하기도 했고 황당하기도 했다. 상상력이 잘 발휘된 부분은 실험정신이 잘 발휘되어 보기 좋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은 지나친 실험정신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특이하고 신선해서 읽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이 책은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얼굴이 커졌다’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이 단편은 저격수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진짜 저격수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하겠다. 주인공의 직업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저격수다. 즉 전문 킬러로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얻고 있다. 그 덕분에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일거리가 들어와 주인공은 따로 돈 걱정은 안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주인공은 현재 31살의 나이로 결혼할 생각도 은퇴할 생각도 없는 상태다. 주인공은 저격수의 수칙만 잘 지켜나간다면 몇 년간은 은퇴 걱정 없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이때 생각보다 커진 얼굴을 보고 몹시 당황하게 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얼굴이 두꺼운 것을 프로와 연결 지어 이야기’한 부분이다. 저자는 프로가 된다는 것은 곧 얼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얼굴이 다 그 모양이라고 못 박아 이야기한다. 그리곤 ‘도대체 무슨 치열한 짓을 하기에 얼굴이 그렇게 두꺼워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은근히 프로들을 비판하고 있다. 난 저자의 이런 비판이 옳다고 생각한다. 프로 정치인들이나 프로 연예인들을 보면서 나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얼굴이 두껍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죄를 짓고도 뻔뻔스럽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난 ‘저렇게 얼굴이 두꺼워야 정치도 하고 연예인 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몸담고 있는 블로그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을 겪어서 다시금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이 두껍기만 한 자들은 자신들이 노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하다. 우매한 옛날 사람들이나 얼굴이 두꺼운 자들을 인정했지 똑똑한 현대 사람들은 결코 그런 자들을 프로라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걸 인식조차 못한다면 그건 프로가 아니라 낯이 두꺼운 원숭이일 뿐이다. 남들이 멍청하게 생각해 자신을 바라보고 웃는 걸 가지고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해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바로 원숭이다. 얼굴이 두껍기만 한 자들은 이를 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난 내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저런 식의 프로는 되고 싶지 않다. 잘못을 했어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죄를 짓고도 자숙하지 않는 그런 프로는 내가 추구하는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가 되려면 포커페이스도 필요하지만 난 부끄러움을 아는 프로가 되고 싶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엄마의 설명력’이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이 단편은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지나친 한국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참신함이 묻어나는 작품인데 무거운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 저자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묵희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묵희는 어렸을 때 한국인 여자 과학자에게 입양된 인도계 여자다. 어린 시절 호기심 많던 묵희는 엄마에게 여러 가지 궁금한 걸 물어보지만 묵희의 엄마는 진실을 말해주기는커녕 순진한 주인공을 거짓말로 속인다. 이런 엄마의 거짓말을 엄마가 사고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데 집요한 묵희는 서서히 엄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진실을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저자가 묵희의 입을 빌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관해 지적’한 부분이다. 묵희는 엄마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할 무렵 엄마에게 진실을 바로 요구하려 했으나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그러지 못했다. 그 개인적인 일은 바로 인종차별로 인한 아이들과의 다툼이었는데 검둥이로 놀림을 받는 것이 싫었던 묵희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좀 험악하게 싸움질을 하고 다녔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네놈의 한민족은 왜 꼭 그런 순간 민족주의자가 되는지 모르겠다만, 하나가 나한테 얻어맞으면 옆에 있는 것들은 외국인한테 동포가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떼로 덤비더라고.”라는 말을 묵희의 입을 빌려 한국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난 공감하는 바가 크다.


 


저자의 이 지적은 부끄럽지만 사실인 한국인이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에게 그리고 근현대에는 서양인들에게 심한 인종차별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인들은 은근히 동남아 계통이나 흑인들을 차별하는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다국적 가정이 많아지면서 이와 같은 현상은 서서히 줄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은 남아있고 이로 인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과거 외국과 단절하고 살았었던 시절에는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신기하는 생각했을지언정 무시하거나 차별하진 않았었다. 헌데 일본을 비롯해 서양인들에게 안 좋은 것을 배운 한국인들은 자신이 당한 차별을 고스란히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점을 바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쳐나가야 한다. 점점 더 다국적 가정이 늘어날 것이고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 갈 텐데 이런 문제로 인해 남들의 지탄을 받아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말로만 선진국을 지향한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근본적인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한 후에 선진국이 되길 희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마리오의 침대’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이 단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 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단편도 역시 저자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데 저자가 과학과 우주에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 단편의 주인공은 마리오와 마리아 로사 부부다. 이들은 다섯 살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 마리오마리아 로사에게 한 눈에 반했지만 마리아 로사는 그저 배만 고팠을 뿐이다. 둘이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은 그로부터 15년 후로 둘 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마리오와 마리아 로사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둘의 결혼생활은 마리아 로사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다. 둘 사이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마리아 로사의 코골이였는데 이로 인해 마리오는 밤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크나큰 고통을 받게 된다. 배려심이 깊었던 마리오는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부인이 상처받을까봐 “그 예쁜 코가 밤새 노래를 불렀어, 그 예쁜 코가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었거든.”라고 에둘러서 말했지만 마리아 로사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마리오는 더 이상 얘기하면 마리아 로사가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봐 침묵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마리오는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나날이 수척해진다.


 


난 이 장면을 보면서 마리오의 인내심과 배려심에 혀를 내둘렀다. 정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마리오였다면 아무리 부인을 사랑하더라도 코골이를 지적해 나의 평온함을 찾았을 것이다. 마리오의 부인인 마리오 로사는 코골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마리오를 안고 자기까지 했는데 내가 마리오의 입장이었다면 부인을 병원부터 데려갔지 침대 사이즈를 크게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리오의 부인에 대한 배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헌신차원에선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희생시켜가면서 부인을 위해 불만족스러운 인생을 산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차원에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마리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 같다. 자신이 수척해지고 몸이 나빠지면 부인인 마리아 로사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마리아 로사가 코고는 건 질병이기 때문에 빨리 고쳤어야지 방관했던 것도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둘 다에게 좋은 것은 병원으로 마리아 로사를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 고쳐 둘 모두에게 만족스런 수면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낭만적인 삶만을 추구하다 자신의 건강만 잃은 마리오의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골이는 질병이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같이 자는 사람에겐 크나큰 고통을 주는 심각한 병이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이류로 이를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가 코골이를 한다면 지켜볼 것이 아니라 병원부터 데려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그냥 자신이 참고 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병원에 데려가 병을 고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배우자의 코골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이들은 이를 바로 인식해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젊은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도 아직 젊고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은 좋아 보인다. 그래서 난 저자의 다음 작품이 어떨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이번 작품들에서는 참신함이 돋보였지만 앞으로의 작품에선 참신함보단 완성도에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작가의 참신함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바이다.


 


 


 


 


인상적인 글귀


 


“세상은 빨리 변하고 조직은 늘 변화를 놓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by 최고조조 | 2010/08/15 23:59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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