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이 압권인 오페라 소설

밤의 여왕 (양장) 밤의 여왕 (양장)
로버트 슈나이더(Robert Schneider), 김해생 | 북스토리 | 20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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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페라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문학 작품이긴 하지만 좀처럼 접하기 힘든 소재를 활용해서 만든 소설이라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생소한 느낌을 주기에 딱인 작품이라 하겠다. 저자는 단 한 장면을 위해서 이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모든 구조와 모든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 클라이맥스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되는데 그것이 바로 저자가 의도한 바라면 제대로 먹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안토니아(일명 토니)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다. 7살 소녀였을 때 이미 그 뛰어난 능력이 드러났으나 제대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천재 소녀는 타고난 재능과는 무관한 무척이나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아버지의 빚으로 인한 가족 붕괴, 인신매매범에 의한 강제 이민 그리고 파렴치한 어른으로 인한 절도와 성매매 등을 경험하며 우리의 주인공 안토니아는 힘겨운 인생을 살게 된다. 다행히 안토니아는 그녀의 재능을 우연히 알아본 젊은 지휘자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안토니아가 거쳐 온 과거의 삶이 발목을 잡아 그녀를 힘들게 한다. 과연 그녀는 유일무이한 최고의 목소리를 가지고 모든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과연 안토니아가 그 누구도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감동적인 아리아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내가 주목한 것은 ‘오페라 소설만의 특이한 구조’다. 이 책을 다 읽고 든 내 생각은 소설 구조 한번 참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평소 내가 읽던 소설 구조와 너무 달라서 든 생각이었다. 대개 소설을 완독하면 줄거리가 대충이나마 요약되고 서평 쓸 소재가 눈에 띄는데 이 책은 그게 전혀 되지 않았다. 얽힌 실타래를 보는 것처럼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원래 책을 다 읽고 며칠간 숙성을 시킨 후에 서평을 쓰는 나라서 정리하는 건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보였던 퍼즐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전에 오페라를 구경했던 경험이 나를 살린 것이다. 2002년 5월에 난 광주에서 [명성황후]라는 오페라를 관람한 적이 있다. 당시 난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먼 지역에 사는 친구 하나가 오페라 티켓이 생겼다면서 놀러오라고 해서 버스를 타고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갔다. 영화와 달리 오페라는 직접 가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입대가 코앞이라 할 일도 없고 내가 아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오페라기도 해서 겸사겸사 오페라를 보러 간 것이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때 봤던 [명성황후]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때 그 오페라를 보고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앞부분의 느낌은 솔직히 별로여서 괜히 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점점 뒤로 갈수록 사람의 마음을 흔들더니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주어 시간을 내서 오페라를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오면서 노래를 불렀을 때 얼마나 마음이 뭉클하던지 이래서 비싼 돈을 내면서 오페라를 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내가 과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이 [밤의 여왕]도 과거에 경험한 오페라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내가 처음 오페라 [명성황후]를 경험했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 앞부분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긴 호흡을 하는지 몰라서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과연 이 앞부분의 내용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작용을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썩 기분 좋진 않았다. 오페라 소설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뒤로 가면 갈수록 흥미로운 부분이 나와서 집중하게 되었고 절정에 이른 부분에선 깊이 몰입해서 마치 오페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론이 다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해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전에 직접 본 오페라 [명성황후]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게 전개되어 사람을 몰입하게 한 절정 부분은 앞권이라 생각한다. 그 멋진 한 장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쓸데없어 보였던 장면들을 보여주고 불필요해 보인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 같은데 절정이 매우 좋았기에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인다. 저자도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이 소설을 쓰고 복잡한 구조를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페라 혹은 오페라 소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이 소설을 접한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난해한 부분이 다소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단 한 장면을 위해 그런 복잡한 구조를 설정한 것을 미리 알고 본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스포츠의 규칙처럼 오페라에도 어떤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페라 소설만의 특이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한 인간의 본질적인 정신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품고 있는 적개심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by 최고조조 | 2011/07/08 19:49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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