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와 사회비판이 적절히 믹스된 형사소설

언페어 (양장) 언페어 (양장)
김경인, 하타 타케히코 | 북스토리 | 20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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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론 및 출판계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추리소설이란 어때야 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상당히 뛰어난 형사소설이다. 저자는 크게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 균형이 알맞아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액자식 구조를 띠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인데 이는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 좋은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각의 흐름이 매끄러워 잘 읽히는 점과 좀처럼 진범을 알아챌 수 없는 치밀한 구조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언론과 출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 점은 캐릭터 때문에 자칫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책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는 저자의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베스트셀러의 실체를 고발’한 부분이다. 이 책은 분명 형사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다. 형사가 주인공이면 형사물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만 이 책은 주인공보단 추리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분류는 형사소설로 하되 인식은 추리소설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이 책엔 추리소설답지 않은 부분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특정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내용인데 이 책엔 그 부분이 상당히 무게 있게 실려 있다. 처음엔 추리소설과 좀 맞지 않는 문제를 거론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저자의 주장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되어 나중엔 이 추리소설에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가 출판사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실은 특정 대형 출판사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서 책 좀 읽는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일부러 베스트셀러를 구매목록에서 제외하고 책을 선택한다. 저자는 이런 일본 출판계의 더러운 행태를 추리소설을 통해 고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일본 출판계만의 문제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대형출판사가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신간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3위 안에 드는 것은 조작이란 사실을 받쳐주는 가장 큰 근거다. 그리고 신간 발매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수의 판매량을 보이는 것도 또한 출판사가 인터넷 서점의 매출수치를 올리기 위해 사재기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사서 읽었는데 내가 왜 이 따위 책이 베스트셀러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고 다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속나봐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엔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최근에 다시 특정 출판사가 농간을 부려 자기 출판사의 신간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다. 이는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해 베스트셀러를 만든 출판사는 물론이고 돈을 받고 혹은 사재기라는 사실을 알고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허위로 조작한 온라인 서점도 문제다. 이를 통해 출판사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은 이득을 보지만 소비자는 이런 파렴치한 회사들 때문에 손해를 본다. 즉 베스트셀러라는 항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인 독자들이다 이 말이다. 씁쓸함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솜방망이 처벌을 했으면 이런 폐단이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겠는가! 실력이 아닌 술수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농락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폐간된 영국의 타블로이드처럼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나서서 출판사를 폐간시킬 정도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바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사건해결을 오로지 주인공인 유키히라만 한다는 젼이다. 이 책의 유일한 주인공은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이외의 형사측 등장인물들은 병풍역할만 할 뿐 수사는 물론이고 범인 검거에 아무런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주목받고 활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다. 주인공의 상사는 일선에 나서지 않으니 그렇다고 쳐도 파트너로 등장하는 인물까지 협력자가 아닌 운전 도우미로 전락시키는 것은 너무한 설정이자 처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은 전부 불필요한 잉여인물로 만들어 영웅 한 사람이 모든 걸 떠맡아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사상에 도취되어 추리소설에서 중요시하는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즉 저자는 만능적인 인물 한명이 모든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에 빠져 추리소설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 말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현실 세계과 너무 동떨어질뿐더러 공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인공인 유키히라는 마치 슈퍼맨인양 설정해 다른 모든 이들을 무능력한 인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 책은 분명 픽션이지만 결코 마블 코믹스는 아니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 책을 마블 코믹스처럼 캐릭터를 설정해 혼자만 뛰어나 모든 일을 홀로 처리하는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웅소설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불공정의 문제점을 운운하면서 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는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주인공 이외에 세자키라는 인물에도 초점을 맞춰 출판계와 언론계를 비난하고 대필작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대칭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한 것이지 등장인물 간의 조화와 균형 그리고 공정을 배려한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의도적으로 추리소설을 영웅소설화 한 점은 이 책의 옥의 티라 하겠다. 독자로 하여금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문장력을 지니고도 저자는 왜 엉뚱한 설정을 해서 비판의 여지를 남겨놓았는지 모르겠다. 이점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추리의 끝을 보여준 젼이다. 저자의 내용 구성력은 정말 뛰어나다. 대개의 추리소설은 중반쯤 가면 진범의 윤곽이 드러나고 차차 내용을 정리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이 책은 절정으로 갈수록 더욱 독자를 미궁으로 빠지게 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범인인 줄 알았던 인물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전개되는 반전은 이 책의 백미다. 추리소설은 독자의 추리를 빗나가게 하고 독자의 머리 위에서 시종일관 놀아야 가치가 있는데 저자는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해 독자를 제대로 농락시켜 지적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끝까지 머리를 쓰며 진범을 찾는 재미를 느끼기에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어 보인다.


 


주인공인 여형사가 불필요하게 예쁘고 혼자만 유능한 점만 제외한다면 이 책은 최고의 추리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나다. 단지 추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이면을 들추어 비판하고 문제점을 고발한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빠른 전개 그리고 독자를 경악케 하는 반전이 어우러진 이 책을 수준 높은 추리소설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인상적인 글귀


 


“노쇠와 자살. 그 외의 죽음은 모두 같은 것이다. 운이 없었다. 그뿐이다.”


 


“책 내용은 그 깊이에 비례하여 독자를 선택한다.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책이 독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대중은 종잡을 수 없다.”


 


“재능이 없는 인간에게 비평은 무의미하다.”


 


“같은 오류를 두 번 반복해도 될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자기답게 사는데 늦고 말고가 어딨습니까? 인생이란, 결심 하나로 바꿀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고,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은 항상 끝이 어렵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by 최고조조 | 2011/08/03 02:51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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