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과 허무 그리고 재미를 넘나드는 단편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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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이 야스다카(Yasutaka Tsutsui), 김영주 | 북스토리 | 200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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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황당과 허무 그리고 재미를 넘나드는 단편 모음집이다. 저자는 저자만의 특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바를 짧은 단편을 통해 마음껏 실현시킨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작품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파프리카>>를 본 적이 있다면 저자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 상상력을 잘 발휘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저자는 평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가였다. 과연 무슨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살길래 황당하고도 특이한 소설을 거침없이 써댈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총 31개의 단편 중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었던 단편은 겨우 10편 이하 였다. 그 이외의 단편은 전혀 이해를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이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긴 아니다. 저자의 작품은 짧아도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다. 단지 내가 우려하는 것은 저자의 철학이 과연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 통할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읽는다면 작가와 소통하는데 조금은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총 3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불독’이란 제목의 단편이다. 여기서 저자는 동물이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를 보여준다. 이 짧은 단편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인간과 애완동물 사이가 좋은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양자에 언어가 개입한다면 애완동물의 무신경한 난폭함노골적인 욕망에 부딪쳐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도 틀림없이 질려버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납득이 되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애완동물과 말이 통하게 되면 인간은 애완동물의 모든 요구를 듣게 되고, 절제 없는 그들의 요구로 인해 피곤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는 대화 없이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성이란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사람과 동물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동물은 시도 때도 없이 본능에 의해 이런 저런 요구를 해올 것이 분명하다. 절제라는 걸 가르치면 본능을 조금은 억제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 생존을 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본능은 동물 스스로 조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애완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인간은 절대 동물을 키우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사람들은 애완동물에게 무척 신경을 쓰며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고 심하겐 상전 모시듯 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애완동물과 말이 통한다고 상상해보라. 말 안 듣는 자식을 키우는 것보다 100배는 다루기 힘들어 인간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상상을 통해 동물과 대화가 통하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처럼 말이 통하지 않아야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것이지 만약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동물의 요구를 감당 못해 절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음을 저자는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마이 홈’이란 제목의 단편이다. 여기서 저자는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갖게 된 한 샐러리맨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런데 주인공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출세를 한 것에 대한 동료의 반감을 신경 쓰고, 이웃보다 잘 사는 것에 대한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따돌림을 걱정한다. 주인공은 잇따른 행운을 좋아하기는커녕 감당 못해 괴로워한다. 최종적으로 서른도 되기 전에 인생의 목적을 전부 달성하는 장면에선 세상이 더 이상 재미없어졌다는 이유로 주인공은 목을 매 자살까지 생각한다. 이 단편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인들은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문제라는 점너무 이른 나이에 별 노력 없이 급격하게 모든 걸 성취하게 되면 인생이 허무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메시지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본인이 남을 지나치게 의식해가며 사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로또처럼 단번에 무엇인가를 얻게 되면 만족감보단 허무함이 몰려와 행복하기는커녕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먼저 일본인의 민족적 기질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살아간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게 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바라보고 통제하고 제재를 가하려 한다. 이런 것 중 사회문제가 된 것이 이지메 문화인데 이는 사무라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사무라이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엔 튀는 행동은 금물이었다. 자칫 사무라이의 눈에 거슬리거나 저항을 했다간 바로 목이 달아났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했던 것이다. 저자는 21C인 지금까지도 이런 과거의 악습에 젖어 사는 일본인들이 안타까워 소설을 통해 깨우침을 주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던진 다른 하나의 메시지는 단계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주장이다. 요즘 사람들은 로또와 같은 한방을 노리고 단번에 높은 자리에 오르길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오른 자리는 만족감보단 허무함이 더 커서 부작용을 낳는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치고 좋은 결말을 이룬 사람이 별로 없다. 조금씩 돈을 모아 거부가 된 사람들은 절대 돈을 헤프게 쓰지 않는다. 이에 반해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갑자기 생긴 돈인지라 마구잡이로 써버린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승진을 한 사람은 자기 자리에 대한 만족감과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반면에 초고속 승진을 하거나 낙하산으로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아무런 성취감도 느끼지 못한다. 이를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단계씩 목표를 달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다. 저자는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다다미 도깨비’‘웃지 마’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저자가 쓴 짧은 단편 속에는 자신이 미래에 어떤 소설을 쓰겠다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다다미 도깨비’와 ‘웃지 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예감하게 하는 이야기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래에서 온 사람이 과거의 사람의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타임머신의 발명이다.


 


이 책에선 두 개의 짧은 단편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 즉 미래에서 온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과거 사람의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과 타임머신이 발명되어 타임리프(시간도약)를 하게 된다는 설정이 당시엔 나뉘어져 있었다. 저자는 처음엔 이렇게 따로 상상을 해서 이야기를 썼지만 나중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완성할 땐 분리해서 생각했던 두 가지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아 하나의 소설에 투영시킨 것이다. 이 책엔 이런 글감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심이 있으면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보통 사람은 천재의 사고를 다 이해할 수 없다. 이 단편 모음집이 딱 그런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도저히 이야기로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를 훗날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천재만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재란 대체 어떤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의사가 통하는 곳에는 반드시 권리의 쟁탈과 의무의 강압이 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by 최고조조 | 2011/08/22 19:40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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