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오피스 소설

GIRL 걸 (양장) GIRL 걸 (양장)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임희선 | 북스토리 | 200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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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기업 오피스걸의 일상과 애환을 잘 녹여낸 오피스 소설이다. 저자는 평소 자기가 쓰는 이야기 구조 방식을 통해 오피스걸이 회사 내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고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능한 이가 자신의 실력은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이에 반해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 두 마리 모두를 잡았다. 이는 저자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저자가 얼마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주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총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같은 형식을 가지고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한 점’이다. 대개 단편모음집을 보면 같은 저자의 작품이라 해도 형식은 각양각색인 경우가 허다하다. 단편의 수가 많든 적든 간에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독자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고 창의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어서 대부분의 저자들은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다섯 편의 단편 모두를 똑같은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같은 오피스물을 다룬 것도 부족해서 같은 형태의 구조를 이용해 비슷한 나이 또래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같은 구조에 비슷한 나이 또래의 오피스걸이 등장하고 그들이 회사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있는데도 저자의 작품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지루하기는커녕 재미있고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저자의 작품에서 늘 느껴지는 재미와 교훈이 이 책에서도 나타타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왜 저자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져 독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도 있는 방식을 선택해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같은 형식이라 해도 이야기가 재미있고 에피소드가 흥미로우면 얼마든지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남들이 꺼리는 모험을 할 리가 있겠는가! 이걸 보면 저자는 독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 같다. 잡지 편집자였던 저자의 경력이 독자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독자가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어떤 이야기에 재미있어 하는지를 잘 안다는 건 저자의 큰 무기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무기를 상당히 유용하게 잘 쓰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여성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성인 남자다. 그런데 여자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잘 파악하고 있다. 그것도 대기업 직장에 다니는 30대 여성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평소 직장 동료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갈등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실과 상당히 가까운 즉 현실에 있을 법한 살아 있는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분명 남자다. 그런데 어떻게 남자가 아닌 여자의 심리를 그렇게 잘 묘사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남자가 여자를 상상하며 소설을 쓴다고 해도 이 책에 나온 묘사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괜히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빗대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는 것이 아닌데 저자는 이런 일반적인 관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남자가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해 그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설화해서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을까?


 


내가 보기엔 저자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자료 조사 및 여자에 대한 상담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남자로 태어나서 가만히 있는데 여자의 심리를 알아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런 자료에 나와 있는 직장 여성들의 고민을 모아 연구하고 직접 여성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이 평소 직장에 다니면서 느끼는 애환이 무엇인지를 듣고는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낸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런 과정 없이 오로지 저자의 상상력만으로 이 작품들을 완성했다면 저자의 성별 내지 정체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작품엔 남자 저자가 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30대 직장 여성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잘 담겨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저자의 평소 생각이 작품에 드러난 점’이다. 저자의 작품엔 언제나 저자의 사상이 표출되어 있다. 대개 인상적인 글귀로 주목되는 문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도 저자는 어김없이 자신이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냈다.


 


저자는 늘 재미와 함께 교훈을 추구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저자는 평소 자기가 갖고 있던 사상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마치 그런 사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느껴질 정도다.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이런 특징이 있는 걸 보면 이런 나의 추론은 맞을 것이다. 이 작품에도 겉으론 오피스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를 통해 평소 자신의 사상을 펼치고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틀을 이용해 비슷한 환경에 놓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실력이 뛰어나지 않고서는 같은 형식 때문에라도 지루함을 줄 수 있다. 지루한 소설은 독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썼다 해도 독자에게 재미 혹은 교훈을 주지 못하면 그 소설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재미와 교훈을 잘 전달했기에 성공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오피스걸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런 저런 일들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애환을 느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좋건 싫건 세월은 흐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소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정하다.”


 


“헌법에도 남자 체면을 인정하라는 조항은 없다. 그걸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젊은 사람들은 항상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법이다.”


 


“사람은 제각기 다르다. 남이 행복한지 어떤지를 나의 잣대로 재겠다는 자체가 불손한 짓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by 최고조조 | 2011/08/29 22:03 | 소설/수필/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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